추방된 노스탤지아 (Displaced Nostelg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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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된 노스탤지아 (Displaced Nostelgia)>는 김지민과 셩킹 아론 탕이 협업하에 향수의 감정을 재조명하는 다분야 예술 프로젝트다. 김지민은 그 감정이 새로운 맥락에서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고, 셩킹은 향수가 변화를 방해하는 요소일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한다. 이 프로젝트는 두 사람의 관점이 맞부딪히며 생기는 긴장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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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된 노스탤지아: 입구들 (Displaced Nostelgia: Entries)>는 아티스트 콜렉티브 크로사이트(x-ights)의 프로젝트 <나쁜 시간기록자 (Bad Timekeepers), 2024>의 일환으로 제작되었다. <나쁜 시간기록자>는 시간, 노동, 기술, 탈식민 전략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디아스포라란 무엇인가 탐구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의 첫해는 2024년 10월 19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시작하여, 11월 24일 대한민국 서울에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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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된 노스탤지아: 입구들 (Displaced Nostelgia: Entries)>는 네 명의 작가와 예술가를 초대했다.
규칙은 다음과 같다:
• '추방된 노스탤지아'라는 용어에 대해 각자 반응할 것
• 15분이 지났다고 느껴지면 멈출 것
이 텍스트는 전시 <나쁜 시간기록자>의 일부로 가변설치 되었으며, 서울의 대안공간 디스 이즈 낫 어 처치에서 퍼포먼스 <추방된 노스탤지아: 의식, 2024>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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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셩-킹
금요일 아침. 새벽 3시 36분. 눈을 뜬다. 혼자다. 선전*의 고속도로는 거의 비어 있다. 주변의 모든 건물은 아직 새롭다.
이전에 그랬지만, 이 순간 나는 아무것도, 누구도 그립지 않다.
새벽 3시 44분.
*홍콩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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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민/셩-킹
영국에서 유학할 때, 저녁을 먹고 나면 고대 이집트와 수단 전시관을 산책하곤 했어.
셩-킹, 목요일 오후 10:30
그 박물관에서 이상한 냄새 나지 않았어?
지민, 금요일 새벽 3:44
응, 냄새가 났지. 하지만 그 구역만 그런 건 아니었어. 오래된 유물들이 좀 치즈 같은 냄새가 나더라고. 모든 게 발효된 듯한 냄새랄까? 설명하기 어렵지만, 확실히 쾌적한 냄새는 아니었어.
셩-킹, 금요일 오전 10:18
그 냄새를 맡으면 어떤 기분이 들었어?
지민, 금요일 오전 11:00
향수에 젖는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게 맞는지 잘 모르겠어. 죽음의 냄새 같았거든.
그런데 처음 그 구역을 방문했을 때는 묘하게도 향수를 느꼈어.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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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저녁시간, 박물관에서의 산책은 같이 학사와 석사 과정을 다녔던 친구 혜인과 함께였어. 마지막으로 들은 소식으로는, 아직 런던에 살고 있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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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셩-킹
『여교사*』. 제목의 이 짧은 이야기는 체호프가 쓴 것으로, 작은 마을에 사는 한 학교 교사의 이야기야.
“그녀의 과거도 이곳에 있었고, 현재도 이곳에 있으며, 그녀는 학교와 마을로 향하는 길, 그리고 다시 학교와 그 길로 돌아오는 반복적인 삶 외에 다른 미래를 상상할 수 없었다...” 그녀는 모스크바에서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열 살 때 부모님을 잃고 유일한 형제와도 연락이 끊겼어. 그녀의 어린 시절 기억은 희미하고 형태가 없어서 마치 꿈같았지.
이야기 끝부분에서, 마을의 복잡한 일들을 하루 종일 겪은 뒤 해질녘에 기차역에 서 있던 그녀는 1등석 플랫폼을 바라보다 한 여인을 보게 돼.
그녀의 어머니였어! 너무도 닮아 있었지! 어머니의 풍성한 머리카락, 이마의 곡선, 고개를 숙인 모습까지.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게, 열세 년 만에 처음으로 그녀의 마음속에 어머니, 아버지, 형제, 모스크바의 집, 작은 물고기가 있는 수족관, 그 모든 것이 생생하게 떠올랐어.
*러시아어 원제는 『На подводе』로 이 프로젝트에서는 『In the Cart』로 표기되었으나 번역은 한국어 번역본의 제목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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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젊고, 아름다웠고, 잘 차려입은 채 따뜻하고 밝은 방에서 가족들과 함께 있었어. 갑자기 기쁨과 행복이 밀려와 그녀는 두 손을 관자놀이에 대고 황홀감에 젖어 부드럽고 애원하듯 “어머니!”라고 불렀지. 그리고 이유도 모른 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어.
이 순간이 지나고 그녀는 다시 마차로 돌아가 작은 마을에서의 삶을 이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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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니엘
셩-킹:
일본 효고, 시골의 200년 된 집에서 다니엘이 운영하는 레지던시에서 나는 우리 프로젝트에 대해 다니엘에게 이야기하고, 토론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
이제는 더 이상 알아볼 수 없는 도시에서:
선반에 있던 병 속 뱀은 TV 리모델링 프로그램 사람들이 가져갔지.
이제는 바코드를 스캔해 주문을 해.
안도감을 느끼는 건:
골목에서 여전히 소변 냄새가 나지만,
그 속에 죽음의 냄새도 섞여 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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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리
셩-킹:
마리에게 글을 써달라고 부탁했을 때, 우리는 10년간의 관계를 끝낸 상태였어. 이 글에서는 내가 ‘너’이고, 동시에 그 소년이야.
어린 시절 일본을 떠나 영국으로 공부하러 갔을 때,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으려 집과 관련된 사소한 것들에 집착하며 향수를 달래곤 했어. 집 앞의 전봇대, 근처의 황량한 주차장, 밤이 되면 텅 빈 길 같은 것들이었지.
이 사소한 부적들은 낭만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것들이 내 기억 속에서 “실재”로 남아 있었지만, 상실감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너무 하찮았어.
나는 향수가 현실을 왜곡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사랑도 비슷할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걸 받아들일 준비는 되지 않았어.
몇 년 후, 홍콩에서 어느 밤, 나는 디저트 가게를 발견했어. 초록색 네온 중국어 글자와 야자수 그림이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졌지. 네가 어렸을 때 이런 곳에 자주 갔다고 한 적이 있었던 게 기억나. 나는 어린 너를 떠올렸어. 따뜻한 디저트를 음미하던 너는 자신이 다시 캐나다로 돌아갈 거라는 걸 모르고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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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태어났지만 거의 기억나지 않는 곳으로. 거기서 공부하고, 일하고, 사랑에 빠지고, 10년 혹은 15년 후에야 다른 사람이 되어 홍콩으로 돌아오게 되겠지.
위니캇*은 “실재감을 느끼는 것”을 몸, 심장 박동, 숨결에 뿌리를 둔 생명력이라고 묘사했어. 그것은 본질적인 것으로, 우리 안에 퍼지며 삶에 우리를 붙잡아 주는 거야. 네가 어린 소년 시절 디저트를 먹었던 이 빌려온 기억이 실재처럼 느껴졌어.
뒤틀린 모습의 추방된 노스탤지아는 또한 하나의 생명줄이야.
나는 길을 건넜어. 그리고 그 작은 소년을 안아. 너는 아직 나를 알지 못하고, 인생이 너에게 어떤 것을 가져다줄지 알지 못해. 그 포옹 속에는 조용한 실재감이 닻처럼 자리잡아 퍼져 나갔고, 커져서 나로 하여금 살아가고 싶게 만들었어.
*영국의 정신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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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자히드
자히드: 야, 드디어 이걸 하게 됐네—노트북에서 날짜와 시간 기능을 꺼놨더니, 사실 끝내는 데 한 시간이 걸렸어 (괜찮기를 바래).
올드 몬트리올 근처의 호텔에서 친구가 나에게 상자를 건네. 주로 오크로 만들어진 나무 상자로, 나는 이것을 일본으로 가져가야 해. 상자 뚜껑 안쪽에 숨겨진 아르데코 양식의 고층 빌딩과 빛의 후광이 조각된 모습은 내가 떠나는 북미를 떠올리게 할 것 같아.
이 친구를 처음 만난 건 우리가 열일곱 살 때, 둘 다 건축을 공부하던 시절이었어. 그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일본에 대한 그의 기억은 본인의 것이 아니었어. 오히려 그가 나에게 들려준 일본은 부모님의 이야기를 아련하게 전해 듣는 것이었지: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된 시티팝, 지역 마츠리에 참석한 아버지의 신문 사진,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들. 먼저 기억의 빛깔로, 다시 한 번 대리 향수로 두 겹이나 덧칠된 이야기들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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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우리는 토론토로 가는 꿈을 꾸었어. 일본 학교가 있는 곳, 아르데코 고층 건물을 볼 수 있는 곳, 대부분의 건축가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곳이 토론토였으니까. 하지만 내가 이 상자를 받게 될 즈음, 친구는 이미 건축계를 떠나 있었어. 건축– 그리고 우리가 믿었던 토론토는 그가 깨달은 바에 따르면–거짓이었던 거야. 그렇지만 나는 토론토를 떠나는 이유가 그것이 거짓이라고 믿기 때문은 아니야.
열일곱 살의 내가 상상한 토론토 역시 거짓이었을 거야, 물론. 친구의 상상 속 일본이야말로 서사의 자유로 재구성된 기억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편리하게도 닿을 수 없는 거짓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그리고 친구 역시 그걸 알고 있으리라 짐작해.
내가 일본으로 가는 이유는, 스무 살 때 타이베이 신이 구의 한 클럽 밖에서 프랑스 남자가 내 친구와 나에게 타이완에는 그를 위해 남아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우리가 타이완을 좋아한다면 차라리 일본으로 가는 게 낫겠다고 말했기 때문이야. 曰く(그가 말하길): 타이완은 기본적으로 일본 같은데, 더 지저분할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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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것도 거짓일 거야.)
내가 토론토를 기억할 때, 대부분 좋은 기억만 떠올리겠지. 그리고 일본은 타이완보다 깨끗하지 않을 거야, 아직 내가 현재 속한 이곳에서 벗어난 장소로 만들지 않은 곳에 대해서는 스스로 거짓말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야. 나는 일본을 떠난 후에야 내가 믿고 싶은 일본과 사랑에 빠질 거야.
시계를 보지 않는 한, 아직 15분은 지나지 않았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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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지민
대학원을 마친 후, 나는 서울로 돌아와 전시 시리즈 <Prototype Temple>을 시작했다:
<At Night>, 2021
<6ft Under_ Valley>, 2022
<In Defiance of Fond Adversaries>, 2023
<Murder Case>,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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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셩-킹 / 지민
노스탤지아는 지민의 개인전 <Prototype Temple: Murder Case> (2024)에서 현대적 불안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전시된 회화들은 붉은 숲 (The Red Forest)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이 상징은 핵 재앙에서 비롯된 것으로, 폼페이의 로마 유적 미학에 영향을 받은 공간에 배치되었다. 전시장 벽은 로마 정원의 콤플루비움(Compluvium)과 임플루비움(Impluvium) 구조를 참고하여 디자인되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그녀가 쓰기를) “물이 마르고, 콤플루비움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의 위치가 시간이 지나며 이동했죠.” 지민이 이 구조를 재현한 전시장에서는, 전시의 한가운데 모래 상자가 있고, 천장을 통해 햇빛이 말라버린 물 대신 모래 위로 스며들고 있다.
“햇빛이 스며드는 걸 보며 따뜻한 향수에 젖었어,” 라고 지민이 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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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된 노스탤지어——Prototype Temple: Murder Case (2024)에서 사라진 문명에 대한 향수와 최근의 재난을 나란히 배치하는 방식—는 현대 삶 속에서 느껴지는 근본적인 불안감, 즉 전쟁의 지속적 위협, 자연재해 이후의 집단적 트라우마, 질병의 위협, 그리고 끊임없는 환경 위기를 잠시 멈추게 만든다. “해체의 황혼 속에서 모든 것은 향수의 아우라로 비춰지지. 심지어 단두대조차도”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향수의 아우라는 역사적 존재를 비추지. 지민의 Prototype Temple에서 이 빛 속에서, 모든 것은, 잠시 동안 그 무게를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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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지민
어느 대화 중에 셩-킹이 "우리는 역사 속 번영의 시기만을 향수로 기억해"라고 말했어. 이 말은 랭보의 구절을 떠올리게 했지: “예전에,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내 삶은 모든 사람들이 가슴을 열고 온갖 술이 흐르는 축제였다.”
<Prototype Temple: Murder Case>, 2024 를 찾은 한 관객은 "마치 잃어버린 사람이 곁에 있는 것처럼 향수를 느꼈다"고 말했어. 그 감정은 따뜻했고,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느낌이었어.
고독은 향수이다. 향수가 옮겨질 때, 고독은 그 무게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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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셩-킹
이창동의 박하사탕 (1999)은 죽음으로 시작해:
한 남자가 20년 만의 첫 동창회에 참석해. 강가의 철교 아래에서 피크닉이 열리고 있어. 그는 늦게 도착해서 혼잣말을 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주의를 주려 해도 무시하고, 너무 크게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달아나 철교에 올라가서 열차에 치여 죽어.
영화는 그의 과거를 거슬러 보여줘:
1994년: 성공한 사업가. 불륜 중. 절뚝거리고 성격이 거칠어. 아내도 바람을 피우고 있어.
1987년: 경찰관. 권력을 남용하고, 성격이 거칠며 절뚝거려. 아내는 첫 아이를 출산 중이야.
1984년: 막 경찰이 되었어. 사실 사진사가 되고 싶어 했어. 절뚝거려. 술에 취해 식당에서 난동을 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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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군 복무 중. 절뚝거리지 않아. 광주 민주화 운동 진압 명령을 받아. 다리에 총상을 입었어 (아군 오발로 추정돼). 통행금지 시간을 어긴 한 여학생과 마주쳤어. 그녀를 놓아주지만, 동료들이 알아차리길 원치 않아 총을 아무 데나 쏴 자신이 임무를 수행 중인 것처럼 보이게 해. 실수로 그 여학생을 죽여.
1979년: 강가에서 피크닉 모임에 참석한 대학생. 사진에 관심이 있어. 이 강가에 와본 적은 없지만, 꿈에서 본 적이 있어. 홀로 걸어 나가 하늘과 철교를 바라봐. 이곳이 그의 인생이 끝나는 장소라는 걸 알지 못해.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눈물을 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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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는 체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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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하제르
마치 그림자가 몸을 덮어오는 듯, 내가 느낀 향수가 사실은 상처라는 것을 마침내 깨달았어.
향수는 빈틈을 채우는 데 능숙해.
향수는 과거를 현재로 끌어당겨 시간을 원으로 만들어.
완결된 느낌이 있었어.
나의 기쁨이 나의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 즐거웠어.
모든 상징적인 물건들: 장미 정원, 다이어트 콜라, 카드 놀이, 인센스
나와의 모든 연결은 먼저 다른 누군가를 통해 경험되어야 했어.
나의 고통이 나의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도 즐거웠어.
큰 소음, 납치, 추방, 바닷물.
그들이 잃었기 때문에 나도 상실을 느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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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기억이 빌려온 것이었기에 계속해서 나 자신일 수 있었어.
그림자가 회전하는 칼이 되었을 때, 나는 향수에 젖는 것을 잊어버렸어.
더러워진 양동이에 모래를 담아 이리저리 나르며 마침내 깨끗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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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셩-킹 / 지민
<추방된 노스탤지어: 의식>, 2024, (Displaced Nostalgia: Ritual (2024))
<추방된 노스탤지어: 의식>은 미술가 김지민과 소설가 셩-킹의 듀얼 퍼포먼스다.
시간은 단지 재현될 뿐이다. 현대 삶이 사회화한 시간의 재현은 직선적이고 가속화 되었다. 하지만 의식 (ritual)에서는 그렇지 않다. “의식은 가속을 허용하지 않는 서사적 과정이다. 상징들은 정지해 있다.” - (한병철의 『의식의 소멸: 현재의 지형도』에서)
<나쁜 시간기록자 (Bad Timekeepers)>의 일부로서, <추방된 노스탤지아: 의식>은 가속화된 시간에서 벗어나는 의식의 특성을 이용해 향수에 대해 묻고자 한다.
퍼포먼스는 미술가가 바닥에 벽돌을 놓아 모래 상자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되고, 천장에 걸린 조명이 빛을 드리운다. 이 구조는 고대 로마의 콤플루비움과 임플루비움에서 영감을 받은 시간의 흐름을 상징하며, 지붕을 통해 햇빛이 모래 위로 비추는 모습을 모방한다. 하지만 우리의 의식은 밤에 이루어진다. 그곳에 태양은 없다. 여기서 예술가는 “나쁜 시간기록자”가 된다. 그녀가 한 시간이 지났다고 느끼면, 천장에 매달린 조명을 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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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모래 상자 위로 비추는 조명의 위치는 한 시간이 지났다는 미술가의 느낌을 반영한다. 매 시간마다 소설가는 향수를 주제로 한 글을 쓰고, 그 글은 모래 위에 투사된다.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밤 동안 미술가와 소설가는 서로 소통할 수 없으며, (실재) 시간을 알 수 있는 그 어떤 것에도 접근할 수 없다.
빛을 바꾸고 글을 쓰는 행위는 다섯 번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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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우리말 번역본이 있는 경우 책 제목, 역자, 출판사를 재표기 하였습니다.)
한병철. 『리추얼의 종말: 삶의 정처 없음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전대호 역. 김영사, 2020).
다우지, 자히드. "높이에 대한 혐오." Ex-Puritan, n.d., https://ex-puritan.ca/aversion-to-heights. 2024년 9월 30일 접속.
체호프, 안톤. "여교사." 『안톤 체호프의 여교사와 다른 이야기들』, 디즈비즈북스, 2022, pp. 37-40.
위니콧, D. W. (1960). "진정한 자아와 거짓 자아 이론." 『성숙과정과 촉진적 환경』 이재훈 역, 한국심리치료연구소, 2000.
『박하사탕』. 이창동 감독, 파인하우스 필름, 1999.
랭보, 아르튀르. 『지옥에서 보낸 한 철』 김현 번역, 민음사, 2016.
쿤데라, 밀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재룡 역, 민음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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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다니엘 인즈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일본 효고의 시골로 이주하여 예술, 음악, 책을 만듭니다. 그는 몰입형의 물리적 경험을 제공하는 작품을 창작하는 것에 특히 관심이 있습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착하고 벌레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면, 그의 집에서 잠시 머무를 수도 있습니다.
스가와라 마리는 홍콩시립대의 크리에이티브 미디어 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제 간을 넘나드는 작업을 하는 예술가이자 연구자입니다. 그녀는 토론토의 OCAD 대학에서 미술석사를, 도쿄 와세다 대학에서 학사를 받았습니다. 그녀의 미술 작품은 여러 나라에서 소개되었으며, 개인전으로는 토론토 일본 캐나다 문화 센터와 Nuit Blanche 2022에 소개된 <Algorithms of Innocence> (2022) 토론토 The Garden에서 열린 <Dreams Come True Very Much> (2021)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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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히드 다우지는 문학 이론가이자 프린스턴 대학교 박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현재 도쿄에서 일본 재단 펠로우로 도교에 살고 있습니다. 다우지의 연구는 언어의 인식론, 특히 '모국어' 개념에 대한 다양한 신화적 요소를 중심으로 합니다. 그가 최근에 낸 소설은 Ex-Puritan의 2021년 특별호 Minority Vibrations에서, 비소설은 Asian Perspectives 59호 (하와이 대학교 출판사, 2020)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르 미르왈리는 팔레스타인이자 이라크계 작가로, 토론토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구엘프 대학교에서 창작문예예술석사를 취득했으며, <Ex-Puritan>, <Brick Magazine>, <Room Magazine>, <Joyland>에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미르왈리의 첫 번째 책 <Revolutions>는 2025년 봄에 Talonbooks에서 출간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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